성경, 깊이를 더하다: 본문 너머 문맥으로 읽는 지혜 (1)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이 확고한 믿음 위에 우리는 성경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성경을 사랑하지만, 때로는 본문의 맥락을 간과한 채 특정 구절에 매몰되거나, 개인적인 상황에 맞춰 왜곡된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하기 위해서는 '문맥(Context)'을 깊이 고려하는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 문맥(Context)이란 무엇일까요?

'문맥'이란 성경 본문(Text)이 기록된 앞뒤 흐름, 역사적 배경, 기록 목적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성경은 단편적인 문장들의 모음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성경 해석의 첫걸음은 본문이 '무엇을 말하는가(What to say)?'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가(What to mean)?'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어떻게 삶에 적용할 것인가(How to apply)'라는 실천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 "What to say, What to mean, How to apply" – 해석의 핵심 원칙

성경 해석과 설교 준비에 있어서 "What to say (무엇을 말하는가?), What to mean (무슨 뜻인가?), How to apply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예시를 통해 이 원칙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예시 1: 로마서 12장 1절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1. **What to say (무엇을 말하는가?)**: 본문의 직접적인 내용 (문자적 해석)

* "너희 몸을 하나님께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 "이것이 영적 예배다."

* "하나님의 자비에 근거하여 권면한다."

**핵심**: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합니다. 의도나 의미 해석은 잠시 보류합니다.

2. **What to mean (무슨 뜻인가?)**: 본문의 문맥적, 신학적, 역사적 의미 해석

* **"몸을 산 제물로 드린다"**: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을 의미합니다. 구약 시대의 동물 제사가 아닌, 삶 자체가 예배가 되는 신약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 **"영적 예배"**: 이성과 의지를 다 해 드리는 합당한(reasonable) 예배이며, 단순한 외적 행위가 아닌 삶의 태도를 포함합니다.

* **"그러므로"**: 앞선 로마서 1-11장의 복음 교리에 근거한 실천적 적용의 시작점임을 나타냅니다.

**핵심**: 본문의 의도된 의미, 역사적 배경, 신학적 함의를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3. **How to apply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삶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 제시

* 내 삶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서의 삶인가?

* 예배는 주일뿐 아니라 일상 전체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인가?

* 직장, 가정, 인간관계, 시간 사용 등 모든 영역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인가?

*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응답으로 헌신하는가, 아니면 의무감인가?

**핵심**: 본문의 진리를 개인의 삶과 공동체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질문과 방향을 제시합니다.

#### 예시 2: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누가복음 10:25-37)

예수님께서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들려주신 비유입니다. 강도 만난 자를 제사장과 레위인은 지나쳤지만, 사마리아인은 불쌍히 여겨 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1. **What to say (무엇을 말하는가?)**: 이야기의 흐름 (문자적 해석)

* 율법 교사의 질문: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 예수님의 질문: "율법에 무엇이라 되어 있느냐?"

* 율법 교사의 답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 율법 교사의 재질문: "누가 내 이웃입니까?" (자기 옳음 주장)

* 예수님의 비유: 강도 만난 자, 제사장, 레위인, 사마리아인 등장

* 예수님의 결론: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 → "자비를 베푼 자입니다." →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2. **What to mean (무슨 뜻인가?)**: 비유의 의도와 신학적 의미 해석

* **진정한 이웃**: 종교적, 민족적 정체성이 아닌 '긍휼을 베푸는 사람'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멸시하던 사마리아인을 통해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자기 의(義)의 파괴**: 율법 교사는 이웃의 범위를 제한하려 했지만, 예수님은 '이웃이 되어주는' 능동적인 자세를 강조하십니다.

* **형식적인 신앙의 한계**: 종교인이면서도 자비가 없는 신앙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모든 경계를 초월합니다.

3. **How to apply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삶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 제시

* 나는 이웃을 선별하거나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가?

* 가족, 친구 등 관계있는 사람만 돕고 있지는 않은가?

* 근본적으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는가?

*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는가?

* 교회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 가난하고 병들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한 관심과 도움은 있는가?

* 성경 공부만 하고 실제 삶은 무관심한 신앙은 아닌가?

*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명령에 순종하고 있는가?

### 결론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문맥(context)'을 고려한 해석이 필수적입니다. 말씀의 흐름과 의도를 깊이 살피며, "What to say, What to mean, How to apply"를 명확히 구분하는 훈련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왜곡 없이 삶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문맥'으로 읽는 지혜를 키우십시오.